같은 드라마만 다섯 번째 보는 이유
새 드라마는 1화를 못 넘기면서, 결말까지 다 아는 드라마는 다섯 번째 정주행 중이에요. 나만 이런가요?
볼 게 없어서가 아니에요. 찜해 둔 목록은 스무 개가 넘어요. 다들 재밌다는 신작도 있고요.
그런데 새 걸 틀면 10분 만에 피곤해져요. 인물 이름 외워야 하고, 누가 배신할지 긴장해야 하고, 갑자기 슬픈 장면이 나올까 봐 마음의 준비도 해야 하고. 요즘 제 마음에는 그럴 자리가 없나 봐요.
다섯 번 본 드라마는 달라요. 다음 대사를 제가 먼저 말할 수 있어요. 주인공이 넘어져도 '괜찮아, 3화 뒤에 일어나' 하고 안심하고 봐요. 결말을 아는 이야기가 주는 편안함이 있더라고요.
처음엔 이게 좀 한심해 보였어요. 시간을 버리는 것 같고, 새로운 걸 못 받아들이는 사람이 된 것 같고요.
그러다 상담에서 이 얘기를 했더니 선생님이 '지칠 때 예측 가능한 것을 찾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하셨어요. 그 말을 듣고 나서는 그냥 편하게 봐요.
- 밥 먹을 때: 2화 (시장 장면)
- 잠 안 올 때: 9화 (바닷가)
- 울고 싶을 때: 14화
여러분의 '몇 번을 봐도 좋은' 작품은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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