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학교 보내고 식탁에 앉아 있는 20분
현관문이 닫히고 나면 집이 갑자기 조용해져요. 저는 그 20분을 제일 좋아하면서도 제일 어려워해요.
아침은 전쟁이에요. 물통 챙기고, 준비물 찾고, 양말 한 짝 찾고. 둘째가 신발 끈 묶는 걸 기다려 주다 보면 제 커피는 늘 식어 있어요.
그러다 문이 닫히면 식탁에 앉아요. 식은 커피를 마시면서 아무것도 안 해요. 치워야 할 그릇이 눈앞에 있는데도 그냥 둬요.
처음엔 이 시간이 죄책감이었어요. 다른 엄마들은 이 시간에 운동도 가고 일도 하는데 나는 왜 멍하니 있나 싶어서요. 남편한테 말하기도 뭐했고요.
요즘은 생각을 좀 바꿨어요. 하루 중에 누구의 엄마도, 누구의 아내도 아닌 시간이 이 20분뿐이더라고요. 그러니 멍하니 있어도 된다고.
어제는 그 시간에 창밖 감나무를 봤는데 감이 벌써 주황색이었어요. 언제 익었는지도 몰랐네요.
20분이 지나면 다시 일어나서 그릇을 치우고 빨래를 돌려요. 달라지는 건 없는데, 그 20분이 있던 날과 없던 날은 오후의 제 목소리가 달라요. 아이들한테 덜 뾰족해지더라고요.
비슷한 시간 갖고 계신 분들 있나요? 그 시간에 뭐 하시는지 궁금해요. 아무것도 안 한다는 대답도 환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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