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밟는 소리 들으려고 일부러 돌아갔어요
지름길로 가면 8분, 공원길로 돌아가면 15분입니다.
퇴근길에 늘 지름길로 다녔어요. 빨리 집에 가서 눕고 싶으니까요. 그런데 오늘은 공원 입구에 낙엽이 발목까지 쌓여 있는 게 보였습니다. 구청에서 아직 안 쓸어 간 모양이에요.
발이 먼저 그쪽으로 갔어요. 바스락, 바스락. 마른 잎이 부서지는 소리가 생각보다 커서 혼자 웃었습니다. 일부러 두껍게 쌓인 쪽만 골라 밟으면서 걸었어요. 다 큰 어른이 그러고 있으니 지나가던 분이 쳐다봤는데, 그분도 조금 뒤에 슬쩍 낙엽 쪽으로 걸으시더라고요.
오늘 회사에서 좀 안 좋은 일이 있었어요. 제가 낸 안이 회의에서 통째로 빠졌거든요. 오는 내내 그 장면을 머릿속에서 돌려 보고 있었는데, 낙엽을 밟는 7분 동안은 그 생각이 끊겼어요. 발밑 소리에 귀가 가 있으니까요.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죠. 내일 가면 다시 마주해야 하고요. 그래도 머릿속에서 같은 장면이 돌아가는 걸 잠깐 멈출 방법을 하나 알게 된 건 수확이에요. 소리가 나는 것, 발바닥에 느낌이 오는 것. 그런 게 저한테는 잘 맞나 봐요.
집에 와서 신발을 벗으니 밑창에 은행잎 하나가 붙어 있었어요. 떼어서 책 사이에 끼워 뒀습니다.
며칠 뒤면 다 쓸려 가겠죠. 그 전에 한 번 더 돌아서 가려고요. 7분 더 걸리는 길인데, 오늘은 그 7분이 하루 중에 제일 괜찮았어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