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정류장에서 우산을 반쯤 내어 준 분
일기예보를 안 본 제 잘못인데, 누가 그걸 덮어 줬어요.
어제 퇴근길에 갑자기 비가 쏟아졌어요. 정류장 지붕 밑은 이미 사람이 꽉 차서 저는 가방을 머리에 이고 가장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어깨가 다 젖고 있었는데, 옆에 서 계시던 분이 말없이 우산을 제 쪽으로 반쯤 기울이셨어요.
쳐다봤더니 눈이 마주쳤고, 그분은 고개만 살짝 끄덕이고 다시 버스 오는 쪽을 보셨어요. 저는 '감사합니다'를 너무 작게 말해서 들으셨는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6분쯤 둘이 한 우산 밑에 서 있었습니다. 아무 말도 없이요.
그분 버스가 먼저 왔어요. 타시면서 우산을 접는 동안 그분 어깨도 젖어 있는 게 보였습니다. 저한테 기울이느라 반대쪽이 젖은 거였어요.
요즘 저는 사람들이 다 차갑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회사에서도 각자 자기 일만 하고, 저도 누구한테 뭘 기대하지 않게 됐고요. 그런데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 자기 어깨를 적셔 가며 6분을 내어 주니까, 제가 가진 생각이 꼭 맞는 건 아닐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집에 와서 접이식 우산을 가방에 넣어 뒀습니다. 다음에는 제가 기울일 차례니까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