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옷을 꺼냈는데 입을 게 없는 미스터리
분명 작년 가을에도 뭔가를 입고 살았을 텐데요.
주말에 큰맘 먹고 옷 상자를 열었습니다. 니트 네 벌, 셔츠 세 벌, 가디건 두 벌. 숫자로 보면 충분한데 막상 거울 앞에 서면 입을 게 없어요. 하나는 목이 늘어났고, 하나는 보풀이 피었고, 하나는 왜 샀는지 기억이 안 나는 겨자색입니다.
그래도 이번엔 버리지는 않고 세 무더기로 나눠 봤어요.
- 바로 입을 옷: 옷걸이에
- 손보면 입을 옷: 보풀 제거기 옆에
- 모르겠는 옷: 상자에 다시 넣고 한 달 뒤에 보기
'모르겠는 옷' 칸을 만든 게 신의 한 수였어요. 예전에는 버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지쳐서 정리 자체를 그만뒀거든요. 결정을 미뤄도 된다고 정해 두니까 한 시간 만에 끝났습니다.
보풀 제거기 돌리는 건 의외로 재밌더라고요. 드르륵 소리 나면서 니트가 새것처럼 되는 걸 보고 있으면 머리가 비워져요. 가디건 하나는 살려 냈습니다.
정리 끝나고 옷걸이에 걸린 옷을 세어 보니 여섯 벌이었어요. 이 정도면 일주일은 돌려 입을 수 있겠더라고요. 입을 게 없는 게 아니라 고를 기운이 없었던 건지도 모르겠어요.
겨자색 니트는 결국 상자로 갔어요. 한 달 뒤의 제가 알아서 하겠죠.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