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한쪽을 주워 준 중학생에게
지하철 계단에서 이어폰 한쪽이 귀에서 빠졌는데, 저는 그것도 모르고 걷고 있었어요.
퇴근길 환승 통로였어요. 사람이 워낙 많아서 떠밀리듯 올라가는데 누가 뒤에서 '저기요, 저기요!' 하더라고요. 저를 부르는 줄 몰랐어요. 세 번째에 돌아보니 교복 입은 학생이 계단 아래에서 손을 높이 들고 있었어요. 손끝에 하얀 이어폰 한쪽이 들려 있었고요.
그 학생은 사람들을 거슬러서 계단을 다시 올라왔어요. 헉헉거리면서 '이거 떨어뜨리셨어요' 하고 건네주고는, 제가 고맙다는 말을 다 하기도 전에 꾸벅하고 다시 내려갔어요. 반대 방향이었던 거예요. 일부러 올라온 거였어요.
한쪽이 계속 음악이 안 나와서 고장인 줄 알고 있었는데 ㅋㅋ
솔직히 오늘 하루가 꽤 안 좋았어요. 오전에 보고서를 반려당했고, 점심도 걸렀고, 사람들 표정이 다 날 서 보였어요. '다들 자기밖에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걷던 참이었어요.
그런데 모르는 어른 이어폰 하나 때문에 계단을 거슬러 올라오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제가 하루 종일 붙들고 있던 생각이 이어폰 한쪽에 반박당했어요.
집에 와서 이어폰을 케이스에 넣는데 딸깍 소리가 유난히 기분 좋았습니다.
학생, 시험 기간일 텐데 고마워요. 중간고사 잘 보길 바랄게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