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이런가요 5: 미용실에서 '괜찮으세요?' '네'
샴푸대에서 물이 뜨거워도, 앞머리가 너무 짧아져도 제 대답은 늘 '네, 괜찮아요'입니다.
시리즈 마지막 편이에요. 어제 미용실 다녀와서 씁니다.
'물 온도 괜찮으세요?' 네. '세기 괜찮으세요?' 네. '길이 이 정도 괜찮으세요?' 네. 거울 속 앞머리는 눈썹 위로 한참 올라가 있었는데도요. 집에 와서 모자를 꺼냈습니다.
왜 그 자리에서는 말이 안 나올까요. 미용사분이 물어봐 주시는데도요.
- 불편하다고 하면 상대가 민망할까 봐
- 까다로운 손님으로 보일까 봐
- 이미 자른 걸 어쩌겠나 싶어서
- '아니요' 다음에 할 말을 준비 못 해서
미용실만 그런 게 아니에요. 식당에서 주문이 잘못 나와도 그냥 먹고, 택시가 돌아가도 가만히 있어요.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말하는 게 입에 붙어 버렸어요.
그래서 이번 달에 연습 하나를 정했어요. 큰 건 못 하니까 제일 작은 거부터요.
샴푸할 때 '조금만 미지근하게 해 주세요' 말하기.
다음 미용실은 한 달 뒤니까 그 전에 카페에서 '얼음 조금만요'로 예행연습을 하려고요.
다섯 편 동안 '저도요' 해 주신 분들 덕분에 제가 유별난 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나만 이런 게 아니라는 것만으로 꽤 가벼워지네요. 고맙습니다.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