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이런가요 4: 택배 기사님 가실 때까지 문 안에서 기다리는 사람
문 앞에 '쿵' 소리가 나면 현관 안쪽에서 조용히 서 있습니다.
4편입니다. 쓰면서도 제가 좀 이상한가 싶어요.
택배가 오면 기쁘잖아요. 근데 기사님이 문 앞에 계신 그 순간에 문을 여는 건 못 하겠어요. 발소리가 엘리베이터 쪽으로 멀어지고, 문 닫히는 소리까지 듣고, 속으로 다섯을 센 다음에 문을 엽니다. 손만 내밀어서 상자를 끌어당겨요.
비슷한 것들이 더 있어요.
- 옆집 문 열리는 소리가 나면 제 외출을 1분 미룸
- 배달은 무조건 '문 앞에 두고 벨 눌러 주세요'
- 경비실 앞을 지날 때 휴대폰 보는 척
- 분리수거장에 사람 있으면 한 바퀴 돌고 옴
사람이 싫은 건 아니에요. 마주쳤을 때 뭐라고 인사해야 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그 2초가 버거운 거예요. 준비 안 된 상태로 누굴 만나는 게요.
근데 지난주에 타이밍을 잘못 맞춰서 기사님이랑 딱 마주쳤거든요. 저는 얼어 있었는데 기사님이 '아이고, 계셨네요' 하고 상자를 손에 쥐여 주시고는 벌써 다음 집으로 뛰어가셨어요. 저한테 관심 둘 시간이 없으신 거예요. 그게 좀 웃기고 마음이 놓였어요.
다들 바빠서 나를 그렇게 오래 안 본다는 걸 머리로만 알다가 눈으로 확인한 날이었습니다.
현관 안쪽 대기조, 계신가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