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이런가요 3: 약속 깨지면 솔직히 기쁜데 막상 가면 좋은
'미안, 오늘 못 갈 것 같아' 문자를 받으면 입으로는 아쉽다 하고 속으로는 만세를 부릅니다.
시리즈 3편이에요. 이번 건 좀 양심에 찔려요.
약속을 잡을 때는 진심으로 보고 싶어서 잡아요. 그런데 당일 아침이 되면 몸이 무거워져요. 씻고, 옷 고르고, 지하철 타고, 두 시간 웃고, 다시 돌아오는 그 전체 과정이 산처럼 보여요. 그때 취소 문자가 오면 어깨가 스르르 내려가요.
이상한 건 그다음이에요.
- 취소돼서 집에 있으면: 처음 한 시간은 행복, 저녁엔 '나갈 걸 그랬나'
- 취소 안 돼서 나가면: 가는 길은 무겁고, 만나면 생각보다 즐겁고, 돌아오면 방전
그러니까 나가기 전의 저는 믿을 게 못 돼요. 나가기 싫다는 마음이 꼭 '그 사람이 싫다'나 '안 가는 게 낫다'는 뜻은 아니더라고요. 그냥 문턱이 높은 거였어요.
요즘 쓰는 방법은 이래요.
- 약속을 두 시간으로 미리 정해 두기 ('나 6시엔 일어나야 해'를 처음에 말함)
-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잡기
- 다음 날은 아무것도 안 잡기
끝이 보이면 문턱이 좀 낮아져요.
약속이 깨져서 기뻐한 다음 살짝 미안해지는 분들 계세요? 4편은 택배 기사님 얘기입니다.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