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줄 일기, 일주일 치를 그대로 옮겨요
길게는 못 써서 세 줄만 쓰기로 했고, 일주일을 채웠어요.
규칙은 하나예요. 자기 전에 세 줄. 잘 쓰려고 하지 않기. 일주일 치를 고치지 않고 그대로 옮겨 봅니다.
월
출근하기 싫어서 현관에서 3분 서 있었다. 그래도 나갔다. 점심 제육이 맛있었다.
화
회의에서 내 의견이 묻혔다. 집에 와서 계속 그 장면을 돌려 봤다. 열한 시에 억지로 불을 껐다.
수
비가 왔다. 우산을 챙긴 내가 기특했다. 저녁은 건너뛰었다, 내일은 먹자.
목
아무 일도 없었다. 정말 아무 일도. 그게 좀 좋았다.
금
엄마 전화를 안 받았다. 마음이 무겁다. 내일 낮에 다시 걸기로 한다.
토
오후 한 시에 일어났다. 빨래를 돌렸다. 엄마한테 전화했고 생각보다 금방 끝났다.
일
내일이 월요일이라 저녁부터 배가 조였다. 산책 15분. 일기를 일주일 썼다는 걸 방금 알았다.
다시 읽어 보니 재밌는 게 보여요. 화요일 밤엔 세상이 끝난 것 같았는데 수요일 일기엔 회의 얘기가 한 글자도 없어요. 금요일의 무거운 마음도 토요일에 '생각보다 금방 끝났다'가 됐고요. 그날은 전부 같았던 일이 며칠 지나면 세 줄 중 한 줄도 안 되더라고요.
그리고 목요일. 아무 일도 없어서 좋았다는 날이 있었다는 걸 적어 두지 않았으면 몰랐을 거예요.
다음 주도 써 보려고요. 세 줄 일기 쓰시는 분 계세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