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의 내가 코트 주머니에 넣어 둔 것
가을 옷 꺼내다가 주머니에서 오천 원이 나왔습니다.
아침에 반팔 입고 나갔다가 팔에 소름이 돋아서, 오늘 저녁에 드디어 옷장 위 상자를 내렸어요. 해마다 미루는 일인데 올해는 추위가 등을 떠밀었네요.
상자를 여니까 작년 가을 냄새가 났어요. 방습제랑 섬유 유연제가 섞인 그 냄새요.
주머니 발굴 결과
- 베이지색 코트: 오천 원 지폐 한 장, 접힌 영수증 (작년 11월, 어묵 2개)
- 회색 가디건: 머리끈, 사탕 껍질
- 청재킷: 영화표 반쪽. 뭘 봤는지는 글씨가 지워져서 모름
- 패딩 조끼: 핫팩. 딱딱하게 굳어 있음
주머니마다 작년의 제가 조금씩 남아 있더라고요. 작년 11월의 저는 어묵 두 개를 사 먹었군요. 그때 꽤 힘든 시기였는데, 그 와중에도 어묵은 먹었다는 게 좀 기특했어요.
오천 원은 작년의 내가 올해의 나한테 주는 용돈으로 받기로 했어요. 내일 그 돈으로 어묵 사 먹을 거예요. 일 년 만에 같은 메뉴로요.
입어 보니 가디건이 좀 끼긴 하는데 모른 척하기로 했습니다. 여름옷은 아직 상자에 못 넣었어요. 그건 이번 주말의 저한테 맡겨요. 다들 가을 옷 꺼내셨어요? 주머니 꼭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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