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덟, 초급반 수영 등록했습니다
물에 얼굴 넣는 것부터 배우는 반에 들어갔어요.
수영을 못해요. 어릴 때 계곡에서 물을 먹은 뒤로 물이 무서웠고, 그 뒤로는 배울 기회가 없었어요. 친구들이랑 바다에 가면 늘 튜브를 끼거나 짐을 지켰고요. '나이 먹고 이제 와서 뭘' 하는 생각으로 서른여덟이 됐습니다.
구민체육센터 앞을 지나다가 초급반 모집 현수막을 봤어요. '물 적응부터'라고 적혀 있었어요. 그 문구에 마음이 움직여서 그날 접수했어요. 등록하고 수영복 사고 수모 사는 데까지는 좋았는데, 첫 수업 날 탈의실에서 정말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첫 달에 배운 것
- 물속에서 코로 숨 내쉬기. '음~ 파' 그거요
- 벽 잡고 발차기
- 킥판 잡고 5미터 가기
- 물에 뜨기. 이게 제일 오래 걸렸어요
몸에 힘을 빼야 뜬다는데, 힘 빼는 게 제일 어렵더라고요. 강사님이 "가라앉을까 봐 힘주니까 가라앉는 거예요" 하셨는데, 그 말이 수영 얘기만은 아닌 것 같아서 혼자 좀 웃었어요.
반에는 예순 넘으신 어머님도 계시고, 이십 대 대학생도 있어요. 다 같이 킥판 잡고 버둥거리니까 창피할 게 없더라고요. 못하는 사람들끼리 "오늘은 좀 떴어요?" 하고 묻는 분위기가 좋아요.
수영을 한 날은 저녁에 좀 잘 자는 것 같아요. 몸이 고단해서 그런지요. 가기 싫은 날도 당연히 있고, 지난주엔 한 번 빠졌어요. 그래도 한 달을 채웠다는 게 스스로 신기합니다.
수영장 물 냄새가 이제는 조금 반가워요. 처음엔 그 냄새만 맡아도 배가 아팠는데요. 무서워하던 것 옆에 한 달을 서 있었더니 무서움이 조금 닳은 느낌이에요. 없어진 건 아니고, 물에 얼굴을 넣을 때마다 여전히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셔요.
25미터를 한 번에 가는 게 지금 목표예요. 언제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늦게 뭔가 배우기 시작한 분들 계세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