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피 다섯 마리와 아침 30초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울 형편은 안 돼서 작은 어항을 들였습니다.
원룸이고, 야근이 잦고, 집을 비우는 날도 많아요. 그래도 집에 뭔가 살아 있는 게 있었으면 해서 수족관 사장님께 여쭤봤어요. 초보가 키우기 수월한 걸로 구피를 권해 주셨고, 다섯 마리를 데려왔습니다. 석 달 됐어요.
아침마다 하는 일은 단순해요. 어항 불을 켜고, 먹이를 손가락으로 아주 조금 집어서 뿌려 줍니다. 그러면 다섯 마리가 수면으로 몰려와서 뻐끔뻐끔 먹어요. 그걸 보는 데 30초쯤 걸립니다.
그 30초가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해요.
- 누가 기다리고 있으니 일단 침대에서 일어나게 된다
- 먹이 주면서 다섯 마리가 다 있는지 세게 된다
- 세다 보면 잠이 깬다
제일 꼬리가 큰 녀석은 주황색인데 늘 먼저 와요. 제일 작은 녀석은 구석에 있다가 늦게 오고요. 그래서 작은 녀석 쪽에 먹이를 조금 더 떨어뜨려 줍니다. 이름은 안 지었는데 얼굴은 다 구분해요.
퇴근하고 불 꺼진 방에 들어오면 어항 여과기 물소리가 먼저 들려요. 아무도 없는 집이 아니라는 신호 같아서 좋습니다.
물갈이는 일요일마다 조금씩 하고 있어요. 처음엔 숙제 같았는데 지금은 주말의 고정 일과가 됐습니다. 돌보는 게 있다는 건, 저도 같이 규칙적으로 살게 된다는 뜻이더라고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