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통세척 버튼을 처음 눌러 봤다
그 버튼이 3년 동안 거기 있었는데 한 번도 누른 적이 없었어요.
수건에서 꿉꿉한 냄새가 나기 시작한 게 한 달쯤 됐습니다. 세제를 바꿔 보고, 섬유 유연제를 더 넣어 보고, 햇빛에 널어 봐도 그대로였어요. 그러다 친구가 '세탁기는 닦아?' 하고 물었는데 대답을 못 했습니다. 세탁기를 닦는다는 개념이 제 머릿속에 없었거든요.
조작부를 다시 보니 '통세척'이라는 글자가 있더라고요. 설명서를 찾아 읽고, 세탁조 클리너를 하나 사 왔습니다.
순서
- 세제 넣는 서랍을 빼서 따로 닦기 (여기서 1차 충격)
- 문 고무 패킹 안쪽을 접어서 닦기 (2차 충격)
- 클리너 넣고 통세척 버튼
- 끝나면 문 열어서 말리기
통세척은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그 사이에 저는 세탁기 앞에 쪼그려 앉아 유리문 안을 구경했어요. 물이 차고 돌아가는 걸 보고 있으니 이상하게 마음이 가라앉더라고요. 불멍 대신 세탁멍입니다.
끝나고 수건을 다시 빨았더니 냄새가 안 나요. 한 달 동안 세제 탓, 날씨 탓, 수건 탓을 했는데 원인은 따로 있었던 거죠.
살림은 누가 가르쳐 주는 게 아니라서 모르는 채로 몇 년씩 사는 게 많은 것 같아요. 모르는 게 창피한 일은 아닌데, 알고 나니 삶이 조금 쾌적해졌습니다. 다 쓰고 문 열어 두기, 이것도 오늘 배웠어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