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 근무 날의 '점심엔 무조건 현관 밖' 규칙
재택 3일 차 저녁에 깨달았어요. 사흘 동안 신발을 한 번도 안 신었다는 걸.
처음엔 재택이 마냥 좋았습니다. 출근 준비 안 해도 되고, 지하철 안 타도 되고. 그런데 침대에서 책상까지 다섯 걸음, 책상에서 냉장고까지 여덟 걸음. 하루 걸음 수가 300보인 날도 있었어요. 퇴근해도 퇴근한 것 같지 않고, 저녁이 되면 이유 없이 가라앉더라고요.
그래서 규칙을 하나 만들었어요. 점심시간에는 무조건 현관 밖으로 나간다. 멀리 안 가도 됩니다. 조건은 신발을 신는 것 하나예요.
2주 해 본 기록입니다.
- 월: 편의점까지 갔다가 삼각김밥 사 옴
- 화: 우편함 확인하고 건물 한 바퀴
- 수: 비 와서 1층 현관 처마 밑에 5분 서 있었음 (이것도 인정)
- 목: 분식집에서 김밥 포장
- 금: 놀이터 벤치에서 커피
수요일처럼 처마 밑에만 서 있다 들어온 날도 있어요. 그래도 바깥 공기를 한 번 마시고 들어오면 오후 회의 때 목소리가 다르게 나와요. 신기하게도요.
또 하나 좋았던 건, 점심에 나갔다 오면 '오전 근무'와 '오후 근무' 사이에 선이 생긴다는 거예요. 집에서 일하면 하루가 한 덩어리로 뭉개지는데, 그 선 하나로 하루가 두 칸이 됩니다.
재택하시는 분들, 다들 어떤 규칙 갖고 계세요? 저는 다음으로 '퇴근하면 노트북 덮개 닫기'를 시도해 보려고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