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이 두 장 남았길래 해 본 일
11월 장을 넘기다가 뒤에 한 장밖에 없다는 걸 알았어요.
해마다 이맘때면 '올해 뭐 했지'라는 질문이 따라오잖아요. 저는 그 질문이 좀 무서워요. 대답할 게 없는 것 같아서요. 승진을 한 것도, 자격증을 딴 것도, 살을 뺀 것도 아니니까요.
그래서 올해는 질문을 바꿔 봤습니다. '올해 뭘 이뤘지' 말고 '올해 뭐가 있었지'로요. 휴대폰 사진첩을 1월부터 넘겨 봤어요.
- 2월: 눈 온 날 찍은 회사 옥상 사진
- 4월: 처음 끓여 본 미역국 (간이 셌음)
- 6월: 병원 가는 길에 찍은 능소화
- 8월: 선풍기 앞에 누워 있는 제 발
- 10월: 친구가 보내 준 고구마 상자
별것 없죠. 그런데 넘기다 보니 '아무것도 안 한 해'는 아니더라고요. 미역국을 끓였고, 병원에 꾸준히 다녔고, 고구마를 보내 주는 친구가 있었어요. 이룬 건 없어도 지나온 건 있었습니다.
남은 두 장에는 큰 계획을 안 세우기로 했어요. 대신 세 가지만 적어 놨습니다. 겨울 이불 빨기, 건강검진 받기, 고구마 보내 준 친구한테 귤 보내기.
연말이 되면 다들 뭔가 결산을 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인데, 사진첩 한 번 넘겨 보는 걸로도 충분한 결산 아닐까 싶어요. 여러분 사진첩에는 올해 뭐가 있었나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