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육이 겨울 이사, 베란다에서 거실로
밤 기온이 한 자릿수로 내려간다고 해서 화분 일곱 개를 들여놨어요.
작년 겨울에 베란다에 그대로 뒀다가 두 개를 얼려서 보냈거든요. 물러진 잎을 보면서 엄청 자책했어요. 화분 하나도 못 지키는 사람이라고요. 그때는 뭐든 그런 식으로 저한테 화살을 돌리던 시기였어요.
올해는 달력에 '다육이 이사'라고 적어 놨습니다. 신문지 깔고, 화분 밑 닦고, 거실 창가 선반에 줄 세웠어요. 하는 김에 마른 잎도 떼어 주고요.
옮기다 보니 여름 동안 얘네가 꽤 변했더라고요.
- 제일 작던 애가 새끼를 두 개 달았음
- 길쭉하게 웃자란 애는 여전히 길쭉함 (햇빛이 모자랐나 봐요)
- 끝이 빨갛게 물든 애가 셋. 가을이라 그렇대요.
매일 보면 모르는데 한꺼번에 놓고 보니 티가 났어요. 저도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하루하루는 제자리 같아도 계절 단위로 보면 뭔가 달라져 있는.
겨울에는 물을 한 달에 한 번만 줘도 된다고 해서 그것도 달력에 적었어요. 기억력을 믿지 않고 달력을 믿기로 한 게 올해 제 가장 큰 발전입니다.
거실 창가가 북적북적해져서 아침에 커튼 걷는 맛이 생겼어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