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 단풍 구경은 가로수 두 그루입니다
다들 산에 다녀온 사진을 올리는데, 저는 올해도 못 갔어요.
못 갔다기보다 안 갔다는 게 맞을 거예요. 주말이 되면 몸이 이불에 붙어서, 차 막히는 길을 두 시간 달려 사람 많은 곳에 간다는 상상만으로 지쳐 버려요. 그러고 나서 월요일에 남들 사진을 보면 또 괜히 뒤처진 기분이 들고요.
그런데 어제 퇴근길에 버스 정류장 옆 가로수 두 그루가 눈에 들어왔어요. 한 그루는 벌써 빨갛고, 바로 옆 나무는 아직 초록에 끝만 노랬어요. 같은 자리에서 같은 햇빛을 받았을 텐데 속도가 다르더라고요. 버스가 올 때까지 7분 동안 그걸 올려다봤습니다.
사진도 한 장 찍었어요. 전깃줄이 같이 나와서 예쁜 사진은 아닌데, 올해 제 단풍 사진은 이걸로 하려고요.
멀리 가야만 가을을 본 건 아니라고 스스로한테 말해 줬어요. 내년에는 갈 수 있으면 가고, 못 가면 또 이 정류장에서 보면 되니까요.
집에 와서 그 사진을 배경화면으로 해 뒀어요. 볼 때마다 그 7분이 생각나서 좋습니다.
혹시 저처럼 못 간 분들, 집 앞 나무 한 그루씩 자랑하고 가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