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당직 다음 날 오전 외래, 봉직의의 솔직한 고백
밤을 새우고 맞는 아침 아홉 시 첫 환자분께 늘 조금 미안합니다.
저희 병원은 전문의도 순번으로 응급실 콜을 받습니다. 한 달에 서너 번인데, 문제는 다음 날 외래가 그대로라는 거예요. 새벽 네 시에 병원에 나왔다가 집에 못 가고 그대로 외래에 앉은 날도 있습니다.
그런 날 저는 평소의 70퍼센트쯤입니다. 숫자로 말하기 뭣하지만 체감이 그래요. 환자분 말을 들으면서 다음 질문이 안 떠오르고, 표정이 굳고, 차트에 오타가 납니다.
숨기려고 애쓰다가, 요즘은 그냥 대비를 합니다.
당직 다음 날 외래에서 하는 것
- 아침에 간호사 선생님께 '오늘 제가 밤을 새워서, 놓치는 게 있으면 말해 주세요' 하고 부탁합니다
- 처방 변경은 한 번 더 확인합니다. 약 이름과 용법을 소리 내어 읽어요
- 복잡한 결정(약을 크게 바꾸는 것, 긴 서류)은 가능하면 다음 진료로 미룹니다. 이유를 솔직히 말씀드리고요
- 점심에 15분 눈을 붙입니다. 밥보다 그게 낫더라고요
- 오후 마지막 한 시간은 신환을 안 받게 조정했습니다
환자분께 '제가 어제 응급실 근무가 있어서 오늘 말이 좀 느립니다' 하고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오히려 '선생님도 고생이 많네요' 하셨어요. 완벽한 척보다 나았습니다.
근본적으로는 당직 다음 날 오전을 비우는 게 맞겠죠. 병원에 건의했고 아직 답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다른 병원은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