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건물 내과 원장님께 '언제 보내 주시면 되는지' 설명한 날
엘리베이터에서 '정신과는 어떤 분을 보내면 됩니까' 하고 물으셔서, 점심을 같이 먹었습니다.
같은 건물 내과 원장님은 불면이나 가슴 답답함으로 오시는 분을 많이 보십니다. 그런데 정신과에 보내는 게 조심스럽다고 하셨어요. 환자분이 기분 나빠하실까 봐, 그리고 어느 정도면 보내야 하는지 기준이 없어서요.
의학 용어로 설명하려다 그만뒀습니다. 내과 선생님께 필요한 건 진단 기준이 아니라 진료실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신호였으니까요.
제가 말씀드린 것
- 검사에서 뚜렷한 원인이 없는데 증상 때문에 일이나 집안 생활이 흔들릴 때
- 잠 문제가 몇 주 넘게 이어지고, 낮 생활까지 무너질 때
- 진료 중에 눈물을 보이시거나, 말수가 눈에 띄게 줄었을 때
- 술이 늘었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
- 선생님이 진료 끝나고도 '이분이 좀 걱정된다'고 느껴질 때. 그 감이 대개 맞습니다
환자분께 권하는 말
'정신과 가 보세요'보다 이런 말이 낫다고 말씀드렸어요.
'몸 검사는 괜찮은데 고생이 길어지시니, 잠과 스트레스를 전문으로 보는 선생님 의견을 한번 들어 보면 좋겠습니다. 저도 계속 같이 보겠습니다.'
마지막 문장이 중요합니다. 떠넘겨진다고 느끼시면 안 가세요.
저도 부탁드렸습니다. 제 환자분들 혈압, 혈당, 체중 문제를 편하게 여쭤봐도 되겠냐고요. 그 뒤로 서로 메모 한 장씩 주고받는 사이가 됐습니다. 건물에 동료가 생긴 기분이에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