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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라운지 #재발#약순응도

1년 만에 돌아오신 분께 제일 먼저 하는 말

약을 끊고 한참 뒤 다시 오신 분은 대개 문 앞에서 한 번 망설이십니다.

접수 직원이 '○○님 1년 만에 오셨어요' 하고 알려 주면 저도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걱정, 안도, 그리고 솔직히 약간의 맥 빠짐. 그때 그렇게 설명했는데, 하는 마음이 아예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예전에는 진료실에 들어오시자마자 '약은 언제부터 안 드셨어요?'를 물었습니다. 필요한 정보이긴 한데, 그분께는 첫 문장이 추궁으로 들렸을 거예요. 고개를 숙이고 '죄송해요'부터 하시는 분이 많았으니까요.

지금은 순서를 바꿨습니다.

  • 첫 마디: '다시 오시기 쉽지 않으셨을 텐데, 잘 오셨습니다.'
  • 그다음: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괜찮았던 시기가 있었다면 그 이야기부터
  • 약 이야기는 그 뒤에. '끊으실 때 어떤 생각이셨어요?'라고 묻습니다
  • 끊었던 이유가 이번 계획의 출발점이 됩니다

끊은 이유는 들어 보면 대부분 납득이 갑니다. 괜찮아진 것 같아서, 부작용이 불편해서, 평생 먹어야 하나 겁이 나서, 주변에서 한마디 해서. 이걸 듣지 않고 같은 처방을 다시 내면 같은 일이 반복되더라고요.

그리고 하나 더. '다음에 또 끊고 싶어지면, 끊기 전에 한 번만 오세요. 같이 줄이는 방법을 찾아볼게요.' 이 말을 해 두면 실제로 오시는 분이 생깁니다.

제 맥 빠짐은 진료 끝나고 차 한 잔으로 달랩니다. 그건 제 몫이니까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

댓글 3

운영팀

'죄송해요'부터 하시는 분께 뭐라고 답할지 늘 고민이었는데, 첫 마디를 먼저 건네면 되는 거였네요.

운영팀

끊기 전에 한 번만 오시라는 말, 저도 합니다. 문을 열어 둬야 돌아오시더라고요. 우렁이 공감 스티커

운영팀

맥 빠짐은 내 몫이라는 마지막 줄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 감정을 환자분께 넘기지 않는 게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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