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돌아오신 분께 제일 먼저 하는 말
약을 끊고 한참 뒤 다시 오신 분은 대개 문 앞에서 한 번 망설이십니다.
접수 직원이 '○○님 1년 만에 오셨어요' 하고 알려 주면 저도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걱정, 안도, 그리고 솔직히 약간의 맥 빠짐. 그때 그렇게 설명했는데, 하는 마음이 아예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예전에는 진료실에 들어오시자마자 '약은 언제부터 안 드셨어요?'를 물었습니다. 필요한 정보이긴 한데, 그분께는 첫 문장이 추궁으로 들렸을 거예요. 고개를 숙이고 '죄송해요'부터 하시는 분이 많았으니까요.
지금은 순서를 바꿨습니다.
- 첫 마디: '다시 오시기 쉽지 않으셨을 텐데, 잘 오셨습니다.'
- 그다음: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괜찮았던 시기가 있었다면 그 이야기부터
- 약 이야기는 그 뒤에. '끊으실 때 어떤 생각이셨어요?'라고 묻습니다
- 끊었던 이유가 이번 계획의 출발점이 됩니다
끊은 이유는 들어 보면 대부분 납득이 갑니다. 괜찮아진 것 같아서, 부작용이 불편해서, 평생 먹어야 하나 겁이 나서, 주변에서 한마디 해서. 이걸 듣지 않고 같은 처방을 다시 내면 같은 일이 반복되더라고요.
그리고 하나 더. '다음에 또 끊고 싶어지면, 끊기 전에 한 번만 오세요. 같이 줄이는 방법을 찾아볼게요.' 이 말을 해 두면 실제로 오시는 분이 생깁니다.
제 맥 빠짐은 진료 끝나고 차 한 잔으로 달랩니다. 그건 제 몫이니까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