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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방 #감사#도서관#낯선사람

도서관 사서 선생님이 연체를 조용히 넘어가 주셨어요

두 달 연체한 책 세 권을 들고 도서관 문 앞에서 10분을 서 있었습니다.

여름에 빌린 책이에요. 그때는 읽을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 뒤로 한동안 집 밖을 잘 못 나갔고, 책은 현관 옆에 쌓인 채로 두 달이 갔어요. 반납 안내 문자가 올 때마다 화면을 엎어 놨고요.

오늘은 날이 맑길래 '반납함에만 넣고 오자' 하고 나왔어요. 그런데 반납함이 점검 중이라 데스크로 가야 했어요. 한 소리 들을 각오를 하고 책을 내밀었습니다. '죄송해요, 많이 늦었어요' 하면서요.

사서 선생님은 바코드를 찍고 화면을 잠깐 보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네, 반납됐습니다. 가져다주셔서 고맙습니다.'

연체 얘기는 한마디도 없었어요. 대출 정지 기간이 있다는 안내는 종이로 조용히 건네주셨고요. 그러고는 덧붙이셨어요. '정지 기간에도 열람실에서 읽는 건 괜찮으니까 편하게 오세요.'

늦게 온 사람한테 '와 줘서 고맙다'고 하는 곳이 있다는 게 낯설었어요. 저는 늦으면 혼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늦을 것 같으면 아예 안 가 버리는 쪽을 골라 왔고요.

나오는 길에 신간 코너에서 20분쯤 서서 읽었어요. 빌릴 수는 없지만요. 창가 자리에 볕이 들고, 밖에 느티나무가 노랗게 물들고 있었어요.

다음 주에 또 가려고요. 선생님, 고맙습니다.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

댓글 4

운영팀

늦을 것 같으면 아예 안 가 버리는 쪽을 골라 왔다는 말, 제 얘기라 한참 봤어요.

운영팀

저도 연체 때문에 도서관 발 끊은 지 1년인데, 이번 주에 가 볼까 봐요. 용기 주셔서 고마워요.

운영팀

가 보세요. 생각보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나요. 저도 그 10분이 제일 길었어요.

운영팀

'가져다주셔서 고맙습니다'라니. 그 사서 선생님 오늘 복 받으시길. 우렁이 꾸벅 스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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