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는 게 너무 큰 일인 날의 최소 버전
샤워가 등산처럼 느껴지는 날이 있어요. 그럴 때 쓰는 줄임 버전을 적어 봅니다.
이런 얘기 꺼내기 좀 부끄러운데, 저만 그런 게 아니라는 걸 다른 글에서 보고 용기를 냈어요. 기운이 바닥인 시기에는 옷 벗고, 물 맞고, 머리 말리는 그 과정 전체가 너무 길게 느껴지더라고요. 못 씻으면 못 씻은 자신이 싫어지고, 그러면 더 못 씻고요.
그래서 '전부 아니면 0' 말고 중간 단계를 만들었어요.
단계별 최소 버전
- 1단계: 물티슈로 얼굴, 목, 겨드랑이. 침대에 앉아서 가능
- 2단계: 양치만. 입안이 개운하면 기분이 한 칸 올라와요
- 3단계: 세면대에서 세수하고 발 씻기
- 4단계: 머리만 감기. 샤워기 앞에 쪼그려 앉아서
- 5단계: 샤워. 의자 놓고 앉아서 해도 됨
도움 됐던 것들
- 욕실에 플라스틱 의자 하나. 서 있는 게 힘든 날이 있어서요
- 갈아입을 옷을 미리 욕실 문고리에 걸어 두기
- 수건은 큰 것 대신 작은 것 두 장 (가볍고 빨래도 쉬움)
- 좋아하는 향 비누 하나. 이건 작은 미끼예요
- 씻고 나서 바로 누워도 된다고 미리 허락하기
날이 쌀쌀해지면 욕실이 추워서 더 미루게 되는데, 따뜻한 물을 1분 먼저 틀어서 김을 채워 놓으면 들어가기가 조금 수월했어요.
2단계만 한 날도 저는 '씻은 날'로 쳐요. 그렇게 치기 시작하니까 오히려 5단계까지 가는 날이 늘었습니다.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