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에 수영 초급반, 물이 무서운 사람의 3주
킥판을 놓으라는 말에 세상에서 제일 진지한 얼굴이 됐습니다.
저는 물이 무서워요. 어릴 때 계곡에서 발이 안 닿아 허우적댄 기억이 있어서, 그 뒤로 목욕탕 냉탕도 가슴까지만 들어갔어요. 그런 제가 구민 체육센터 초급반에 등록했어요. 화, 목 저녁 여덟 시.
계기는 좀 엉뚱해요. 상담에서 '무서운 걸 전부 피하다 보니 할 수 있는 게 점점 줄어든다'는 얘기를 하다가, 선생님이 작은 것부터 하나 골라 보자고 하셨어요. 그래서 고른 게 이거예요. 작은 게 아닌 것 같긴 하지만요.
3주간의 진도
- 1주 차: 물에 얼굴 넣기. '음~파'만 30분. 코로 물 마시고 눈물 남
- 2주 차: 벽 잡고 발차기. 옆 레인 초등학생들이 휙휙 지나감
- 3주 차: 킥판 잡고 반 바퀴. 중간에 두 번 일어섬
같은 반에 일흔 넘은 할아버지가 계시는데 저보다 잘하세요. 제가 벽 붙잡고 숨 고르고 있으면 '천천히 해요, 물은 안 도망가' 하세요.
무서운 게 없어지진 않았어요. 얼굴을 넣을 때마다 심장이 빨라져요. 근데 무서운 채로도 할 수는 있다는 걸 화요일마다 확인하고 와요. 그리고 수영장 수심이 1미터 20이라 일어서면 된다는 사실이 큰 힘이 돼요 ㅋㅋ
끝나고 젖은 머리로 밤바람 맞으면서 걸어오는 길이 좋아요. 그날은 잠도 잘 와요.
어른 돼서 뭔가 처음 배우시는 분들 계세요? 초급반 동지를 찾습니다.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