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봉투 날짜를 세다 보니 여섯 달이네요
서랍에 모아 둔 약 봉투가 여섯 장이 됐어요.
버리기 뭐해서 서랍에 넣어 두던 약국 봉투를 오늘 정리했어요. 날짜순으로 놓아 보니 4월부터 10월까지, 한 달에 한 장씩 여섯 장이에요. 반년을 다녔네요.
4월 봉투를 보니 그때가 떠올랐어요. 예약 전화 거는 데 2주가 걸렸고, 첫날은 병원 건물 앞에서 15분을 서성였어요. 약 받아 와서도 이틀은 식탁에 올려놓고 쳐다만 봤어요. 먹으면 뭔가 돌이킬 수 없게 되는 것 같아서요.
지금은 그냥 아침 루틴이에요. 물 마시고, 약 먹고, 양치하고. 특별한 감정이 없어요. 그게 저한텐 꽤 큰 변화예요.
여섯 달 동안 달라진 것, 안 달라진 것
- 달라진 것: 아침에 일어나는 게 전보다 덜 무겁다. 밥맛이 좀 돌아왔다
- 달라진 것: 진료 때 '괜찮아요'만 하던 걸 그만두고, 안 괜찮은 것도 말한다
- 안 달라진 것: 일요일 밤은 여전히 싫다
- 안 달라진 것: 사람 많은 모임은 여전히 피곤하다
- 중간에 있었던 일: 좀 나아진 것 같아서 혼자 며칠 약을 걸렀다가 많이 힘들었다. 선생님께 말씀드렸고, 그 뒤로 조정은 꼭 상의해서 하기로 했다
마지막 건 좀 부끄럽지만 적어요. 선생님은 혼내지 않으시고 '그럴 수 있어요, 다음엔 먼저 얘기해요' 하셨어요.
언제까지 다녀야 하는지는 아직 몰라요. 그건 선생님과 천천히 얘기해 보기로 했어요. 제 경우일 뿐이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여섯 장을 모은 저한테 수고했다고 말해 주고 싶은 날이에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