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하다가 콧노래가 나와서 놀랐어요
제가 흥얼거리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수세미를 든 채로 멈췄어요.
약을 먹기 시작한 지 넉 달쯤 됐어요. 처음 몇 주는 속이 좀 울렁거렸고, 주치의 선생님과 상의해서 먹는 시간을 바꿨어요. 그 뒤로는 그냥 매일 아침 밥 먹고 한 번, 별생각 없이 먹고 있어요. 뭐가 달라졌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오늘 저녁에 설거지를 하다가요. 라디오에서 옛날 노래가 나왔는데 제가 따라 흥얼거리고 있더라고요. 콧노래를 한 게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기억이 안 나요. 작년 내내 안 했던 건 확실해요.
그러고 나서 오늘 하루를 돌아봤어요.
- 알람 두 번째에 일어남 (예전엔 일곱 번째)
- 출근길에 빵집 냄새가 좋다고 느낌
- 점심에 동료 농담에 소리 내서 웃음
- 퇴근하고 장을 봄. 두부랑 애호박
- 된장찌개를 끓여 먹고 바로 설거지를 함
하나하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에요. 누가 보면 그냥 평범한 화요일이에요. 근데 저는 이 평범한 화요일이 한동안 없었어요. 설거지는 사흘씩 쌓였고, 빵 냄새 같은 건 느낄 겨를이 없었고요.
다 나았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지난주 목요일은 또 하루 종일 무거웠어요. 약만으로 된 것도 아닐 거예요. 잠도 챙겼고 상담도 다니니까요.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도 알아요.
그냥 오늘 콧노래가 나왔다는 걸 어디 적어 두고 싶었어요. 수세미 든 채로 좀 울컥했거든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