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서 아빠는 저 하나뿐이었습니다
육아휴직 넉 달째, 평일 오전 놀이터가 제 출근지예요.
아내가 복직하면서 제가 휴직을 냈어요. 아이는 이제 16개월이고, 걷는 게 재밌어서 하루 종일 걷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매일 오전 열 시쯤 놀이터에 가요.
처음 한 달은 좀 어색했어요. 벤치에 앉은 보호자 중에 아빠는 저뿐이었거든요. 다들 서로 아는 사이 같은데 저만 혼자 미끄럼틀 밑에서 아이 엉덩이를 받치고 있고.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괜히 '저 사람 회사 잘렸나' 하고 볼 것 같다는 생각을 혼자 했어요.
회사 다닐 땐 몰랐어요. 하루 종일 말이 안 통하는 작은 사람하고만 있는 게 이렇게 외로운 일인지. 아이는 너무 예쁜데, 저녁에 아내 오면 제가 말을 쏟아내요. 오늘 비둘기를 봤고 계단을 두 칸 올라갔고… 아내가 웃으면서 '당신 수다가 늘었네' 하더라고요.
그러다 지난주에 어떤 할머니가 먼저 말을 걸어 주셨어요. 손주 보시는 분인데 '아빠가 애를 참 잘 보네' 하시면서 귤을 하나 주셨어요. 그 한마디가 일주일 치 기운이 됐습니다.
요즘은 벤치 분들하고 눈인사 정도는 해요. 어색한 건 제 머릿속에만 있었던 것 같아요.
휴직 중인 아빠들, 낮 시간 어떻게 보내세요? 저는 낮잠 시간에 멍하니 커피 마시는 20분이 제일 소중합니다.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