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 대기 중에 은행나무를 올려다봤어요
배달 일 한 지 2년인데 하늘을 본 건 오늘이 처음인 것 같아요.
오토바이 타고 다니면 보는 게 정해져 있어요. 앞차 번호판, 신호등, 휴대폰 지도, 남은 시간. 그게 전부예요. 오늘도 점심 피크 지나고 콜이 잠깐 끊겨서 사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헬멧 위로 뭐가 툭 떨어지더라고요.
은행잎이었어요. 올려다보니까 가로수가 전부 노랗게 변해 있었어요. 언제 이렇게 됐지 싶었습니다. 지난주에도 이 길을 스무 번은 지나갔을 텐데요.
신호 한 번이 2분 좀 안 되잖아요. 그 2분 동안 그냥 올려다보고 있었어요. 바람 불 때마다 잎이 한꺼번에 흔들리는데 소리가 꼭 비 오는 것 같았어요. 뒤에서 빵 하길래 정신 차리고 출발했지만요 ㅋㅋ
요즘 좀 지쳐 있었거든요. 하루에 사람을 수십 명 만나는데 대화는 '문 앞에 두고 갈게요'가 전부고, 집에 가면 씻고 눕는 게 끝이고. 뭘 위해 달리나 싶은 날이 많았어요.
오늘 은행잎 본다고 뭐가 달라진 건 아니에요. 그래도 내일 그 사거리에서 또 올려다볼 것 같아요. 신호 걸리는 게 처음으로 덜 짜증 났습니다.
밖에서 일하시는 분들, 요즘 길에서 뭐 보이세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