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세탁방에서 이불 빨래하고 온 날
대형 세탁기 안에서 이불이 돌아가는 걸 40분 동안 구경했어요.
여름 내내 덮은 얇은 이불을 넣어 두기 전에 한 번은 빨아야 하는데, 집 세탁기에는 안 들어가서 계속 미뤘거든요. 이불을 큰 가방에 구겨 넣고 세탁방까지 걸어가는 게 그렇게 큰일처럼 느껴졌어요.
오늘은 날이 좋길래 '가다가 힘들면 돌아오자' 하고 나섰어요. 안 돌아왔습니다.
세탁방에서 본 것들
- 건조기 앞 의자에 앉아 책 읽는 대학생
- 운동화만 한 켤레 빨러 온 아저씨
- 벽에 붙은 손글씨 안내문. '세제는 자동으로 들어가요. 넣지 마세요 ㅠㅠ'
- 자판기 율무차 500원
율무차를 뽑아 들고 창가 의자에 앉아 있었어요.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규칙적이라 멍하니 있기 좋더라고요. 아무도 말을 걸지 않고, 다들 각자 빨래를 기다리는 그 느슨한 공기가 편했어요.
건조기에서 꺼낸 이불은 따뜻하고 섬유 냄새가 났어요. 안고 집에 오는 길이 갈 때보다 훨씬 가벼웠어요. 무게는 같은데요.
오늘 밤은 이 이불을 한 번만 더 덮고 내일 넣으려고요. 다음 목표는 베개 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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