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개기 열흘째, 별건 아닌데 적어 봅니다
아침에 이불을 갠 지 오늘로 열흘이에요.
이걸 자랑이라고 써도 되나 싶은데, 저한텐 좀 큰일이라 적어요. 저는 몇 달 동안 이불을 편 채로 살았거든요. 일어나서 그대로 나가고, 돌아와서 그대로 들어가고. 주말엔 그 안에서 하루를 다 보내기도 했고요. 이불이 늘 펴져 있으니까 침대가 '잠깐만 눕자'고 하루 종일 부르는 것 같았어요.
열흘 전에 별 이유 없이 한번 개 봤어요. 반 접고 또 반 접어서 발치에 놓는 게 전부예요. 30초도 안 걸려요. 그런데 방에 들어왔을 때 풍경이 다르더라고요. '하루를 시작한 사람의 방'처럼 보였어요.
열흘 동안 느낀 것들을 적어 보면요.
- 갠 이불을 다시 펴는 게 귀찮아서 낮에 덜 눕게 돼요
- 밤에 이불을 펼 때 '이제 자는 시간'이라는 구분이 생겨요
- 아침에 하나를 해냈다는 게 생각보다 든든해요
- 못 갠 날이 이틀 있었어요. 늦잠 잔 날이랑, 그냥 하기 싫었던 날
못 갠 날에도 예전처럼 '역시 난 안 돼'로 가지는 않았어요. 다음 날 다시 갰으니까요. 연속 기록을 세지 않고 '갠 날의 개수'만 세기로 한 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열흘 중 여드레면 꽤 괜찮은 성적이잖아요.
이불 하나 갠다고 삶이 달라지진 않아요. 여전히 출근은 싫고 저녁엔 지쳐요. 다만 아침 30초가 저한테 '오늘도 일단 시작은 했다'고 말해 주는 느낌이에요.
주말엔 갠 이불 위에 베개까지 올려 둬요. 그러면 침대가 '낮에는 눕는 곳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요. 그래도 누울 땐 눕습니다. 다만 이불을 펴야 누울 수 있으니까, 눕기 전에 '정말 눕고 싶은가' 한 번은 묻게 돼요.
다들 아침에 제일 먼저 하는 작은 일이 뭐예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