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분부터 파는 메뉴 앞에서 혼자 서성인 이야기
닭갈비가 너무 먹고 싶었는데, 메뉴판에 '2인분 이상 주문'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퇴근길에 갑자기 철판 닭갈비 생각이 나서 가게 앞까지 갔거든요. 혼자 들어가는 것도 큰맘 먹은 건데 2인분부터라니. 문 앞에서 메뉴판 사진만 찍고 그대로 돌아섰어요. 집에 와서 라면을 끓였는데, 먹으면서 자꾸 닭갈비 생각이 나더라고요 ㅠㅠ
그날 밤에 좀 속상했어요. 닭갈비를 못 먹어서라기보다, 같이 먹자고 편하게 부를 사람이 떠오르지 않아서요. 예전엔 퇴근하고 "밥 먹자" 한마디면 나오던 친구들이 있었는데, 다들 결혼하고 이사 가고 하면서 그런 저녁이 없어졌어요.
며칠 뒤에 다시 갔습니다. 이번엔 전략을 세웠어요.
- 2인분을 시킨다
- 절반은 포장해 달라고 부탁드린다
- 볶음밥은 포기한다 (이건 좀 아쉬움)
사장님께 "혼자인데 2인분 시키고 남는 건 싸 가도 될까요?" 여쭤봤더니 아주 흔한 일이라는 듯이 "그럼요, 처음부터 반은 따로 담아 드릴까요?" 하시더라고요. 저 혼자 며칠을 고민한 게 무색했어요.
철판 앞에 혼자 앉아서 먹는 닭갈비는 생각보다 맛있었고, 생각보다 조금 쓸쓸했어요. 둘 다 사실이에요. 맞은편이 비어 있는 게 눈에 들어오긴 했거든요. 그래도 먹고 싶은 걸 먹었다는 건 꽤 든든했습니다. 포장해 온 건 다음 날 밥이랑 볶아 먹었어요. 셀프 볶음밥.
같이 먹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예전만큼 크게 느껴지진 않았어요. 없으면 없는 대로 먹는 방법이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물론 누가 맞은편에 앉아 있으면 더 좋겠지만, 그게 없다고 먹고 싶은 걸 계속 미루는 건 저한테 좀 미안한 일 같았어요.
혼자라서 포기한 메뉴 있으세요? 저는 다음 목표가 감자탕입니다.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