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국밥집 문을 열기까지 걸린 시간
가게 앞을 세 번 지나쳤다가 네 번째에 들어갔습니다.
이사 온 동네에 오래된 국밥집이 있어요. 지나갈 때마다 냄새가 좋아서 먹어 보고 싶었는데, 유리문 너머로 보면 늘 둘셋씩 앉아 있는 손님들뿐이라 혼자 들어갈 엄두가 안 났어요. 네 명 자리에 저 혼자 앉으면 눈치 보일 것 같고, 주문할 때 목소리가 안 나올 것 같고요.
편의점 도시락은 잘 먹으면서 식당은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어요. 아마 누가 날 볼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아요. 실제로는 아무도 안 보는데요.
오늘은 점심시간을 좀 비켜서 두 시쯤 갔어요. 손님이 한 테이블밖에 없었고, 사장님이 "혼자예요? 편한 데 앉아요" 하시는데 그 말이 그렇게 고맙더라고요. 창가 쪽 두 명 자리에 앉았습니다.
해 보니 알게 된 것
- 국밥은 원래 혼자 먹는 사람이 많은 음식이었다
- 제 뒤로 혼자 온 아저씨 두 분이 더 들어왔다
- 아무도 저를 쳐다보지 않았다. 다들 자기 뚝배기에 바빴다
- 깍두기가 맛있었다
다 먹고 나오는데 좀 웃겼어요. 이걸 석 달이나 미뤘다는 게요. 그렇다고 이제 어디든 혼자 잘 들어갈 수 있게 된 건 아니에요. 고깃집이나 뷔페는 아직 생각만 해도 손에 땀이 나요. 그래도 '국밥집 한 군데'는 생겼습니다. 다음엔 순대국밥 말고 내장탕도 먹어 보려고요.
사장님이 물을 따라 주시면서 '날이 추워졌죠' 하셨는데, 그 한마디에 대답을 하고 나니까 긴장이 풀렸어요. 혼자 먹는 밥이어도 누군가와 말 한마디를 나눈 식사는 편의점 도시락과는 좀 다르더라고요. 그게 식당에 가는 이유구나 싶었습니다.
혼밥 처음 하셨을 때 어디가 제일 들어가기 쉬웠어요? 다음 도전 장소 추천받습니다.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