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없는 주말을 '계획'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금요일에 동료가 "주말에 뭐 해요?" 하고 물으면 저는 늘 얼버무렸어요.
"그냥 쉬려고요"라고 말하는 게 왠지 초라하게 느껴졌거든요. 다른 사람들은 캠핑을 가고, 전시를 보고, 누굴 만나는데 저는 이틀 내내 집에 있을 예정이니까요. 그래서 없는 약속을 지어낸 적도 있어요. "친구 좀 만나려고요" 같은 거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저는 평일 닷새 동안 사람들 사이에서 꽤 많이 닳아요. 회의하고, 전화받고, 점심도 같이 먹고요. 그러니까 주말에 아무도 안 만나는 건 게으름이 아니라 충전에 가까운데, 저 스스로 그걸 '아무 계획 없음'이라고 불러 왔던 거예요.
그래서 이번 달부터는 이름을 바꿔 불러 보기로 했습니다.
- 토요일 오전: 늦잠 (계획됨)
- 토요일 오후: 집에서 영화 한 편 (계획됨)
- 일요일: 장 보고 반찬 두 가지 만들기 (계획됨)
달력에 진짜로 적었어요 ㅋㅋ 적어 놓고 보니 꽤 꽉 찬 주말처럼 보이더라고요.
신기한 건, 똑같이 집에 있었는데도 일요일 밤 기분이 달랐다는 거예요. 예전엔 '또 아무것도 안 했다'였는데, 이번엔 '하기로 한 걸 했다'였어요. 한 일은 같은데 말이죠.
물론 매번 이렇게 되진 않을 거예요. 늦잠이 오후 세 시까지 이어지는 주말도 분명 있을 테고요. 그래도 약속 없는 주말을 부끄러워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금요일에 누가 물으면 이제 "집에서 영화 볼 계획이에요"라고 대답해 보려고요.
남들이 주말에 뭘 했는지 듣는 월요일 아침도 조금 편해졌어요. 예전엔 그 대화가 숙제 검사 같았는데, 지금은 '저는 집에서 영화 봤어요' 하고 말해요. 의외로 '부럽다, 나도 좀 쉬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올 때가 많더라고요.
혼자 보내는 주말에 이름을 붙인다면, 다들 뭐라고 부르고 싶으세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