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대 배수구를 처음 뜯어 봤습니다
자취 4년 차인데 싱크대 아래에 그런 세계가 있는 줄 몰랐어요.
며칠 전부터 물이 느리게 내려갔어요. 처음엔 모른 척했습니다. 설거지를 조금씩 나눠서 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어제는 물이 아예 고여서 더는 못 본 척할 수가 없더라고요.
검색을 해 보니 거름망 아래에 뚜껑이 하나 더 있고, 그 아래에 또 통이 있다는 거예요. 고무장갑을 끼고 마스크를 쓰고 비장하게 열었습니다. 자세한 묘사는 생략할게요. 여러분의 저녁 식사를 위해서요.
과정 요약
- 거름망과 속뚜껑을 빼서 뜨거운 물에 담그기
- 안 쓰는 칫솔로 구석구석 문지르기
- 싱크대 아래 문을 열고 호스가 꺾여 있는지 보기
- 다시 끼우고 물 틀어 보기
물이 '쏴' 하고 한 번에 내려가는 걸 보는데, 좀 과장하면 속이 다 시원했어요. 혼자 '오' 소리를 냈습니다.
혼자 살면 이런 일을 대신해 줄 사람이 없잖아요. 처음엔 그게 서럽기도 했는데, 하나씩 해결할 때마다 집이 진짜 제 집이 되어 가는 기분도 들어요. 전등 갈기, 창틀 닦기, 그리고 이제 배수구까지.
끝나고 창문을 다 열어 놓고 귤을 까먹었어요. 오늘 저녁 설거지는 물이 잘 내려가서 평소보다 빨리 끝났습니다. 미루던 일 하나를 지우는 맛이 이런 건가 봐요. 다음은 세탁기 거름망인데, 그건 다음 달의 저한테 맡기려고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