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 한 상자를 개시했습니다
마트 입구에 초록빛 도는 귤 상자가 쌓여 있길래 못 지나쳤어요.
아직 좀 이른 귤이라 껍질이 얇고 신맛이 돕니다. 저는 이맘때 귤을 제일 좋아해요. 한겨울 귤은 달기만 한데 지금 귤은 먹으면 눈이 번쩍 떠져서요.
상자를 현관에서 뜯어서 바로 하나 깠어요. 손톱 밑이 노래지고 귤 냄새가 확 퍼지는데, 그 냄새를 맡는 순간 어릴 때 이불 덮고 텔레비전 보던 거실이 생각났습니다. 할머니가 귤을 까서 하얀 실까지 떼어 주시던 거요. 저는 지금도 그 실을 다 떼고 먹어요.
혼자 사는 사람의 귤 상자 관리법
- 오자마자 전부 꺼내서 무른 게 있나 확인하기
- 상자 밑에 신문지 깔고 한 겹씩만 놓기
- 식탁에는 다섯 개만 바구니에 담아 두기 (눈에 보여야 먹음)
작년에는 상자째 베란다에 뒀다가 밑에 깔린 애들에 곰팡이가 폈어요. 3분의 1을 버리면서 스스로가 한심했는데, 알고 보니 그건 제 성격 문제가 아니라 보관법 문제였더라고요. 방법을 알면 되는 일을 자꾸 제 탓으로 돌렸던 것 같아요.
오늘 벌써 여섯 개 먹었습니다. 손끝에서 아직 귤 냄새가 나요. 이 냄새가 나면 올해도 여기까지 왔구나 싶어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