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 라벨을 떼다가 든 생각
일요일 밤, 베란다에 쪼그려 앉아 생수병 라벨을 떼고 있었어요.
우리 빌라는 월요일 아침이 재활용 내놓는 날이에요. 그래서 일요일 밤마다 일주일 치를 정리합니다. 생수병은 라벨 떼고 찌그러뜨려서 뚜껑 닫고, 배달 용기는 헹궈서 말리고, 택배 상자는 테이프 떼서 납작하게.
처음 혼자 살 때는 이게 너무 번거로워서 몇 주씩 쌓아 뒀어요. 베란다 문을 열기 싫을 정도였죠. 지금은 일요일 밤 20분으로 정해 놓으니까 오히려 좀 좋아하는 시간이 됐어요.
이번 주에 나온 것들을 보면 제 일주일이 보이더라고요. 생수병 여섯 개, 커피 컵 네 개, 배달 용기 두 개, 택배 상자 하나. 지난달에는 배달 용기가 훨씬 많았어요. 그때는 밥해 먹을 기운이 없던 때였고요. 용기가 줄어든 걸 보니까 '아, 요즘은 좀 괜찮구나' 싶었습니다. 일기를 안 써도 재활용 봉투가 대신 써 주고 있었네요.
라벨이 한 번에 깨끗하게 떼어지면 은근히 기분이 좋아요. 중간에 끊기면 손톱으로 긁어야 하지만요.
봉투를 묶어서 현관 앞에 내놓고 손을 씻으면 일요일이 끝난 느낌이 들어요. 월요일을 조금 덜 무겁게 맞이하는 제 방식입니다.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