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1차만 하고 나온 날
'저는 여기까지 하고 들어가 보겠습니다'를 처음으로 말해 봤어요.
입사 3년 차인데 지금까지 회식은 늘 끝까지 남았어요. 먼저 일어나면 분위기를 깨는 것 같고, 다음 날 제 얘기가 나올 것 같아서요. 그러고 나면 이틀은 방전돼서 주말이 통째로 없어졌고요.
이번에는 가기 전부터 정해 뒀습니다. 고기 다 먹고 2차 얘기 나오면 일어난다. 대사도 미리 연습했어요. 이유를 길게 대지 않고 짧게.
막상 그 순간이 오니까 심장이 엄청 뛰었어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말했는데, 팀장님이 '어, 그래 조심히 가' 하고 바로 다른 얘기로 넘어가시더라고요. 그게 끝이었어요. 제가 3년 동안 상상한 그 어색한 침묵 같은 건 없었습니다.
식당을 나와서 지하철역까지 걷는데 다리에 힘이 풀리는 느낌이었어요. 허무하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하고요. 집에 와서 씻고 누우니 열 시였습니다.
다음 날 출근했더니 아무도 그 얘기를 안 했어요. 다들 자기 속 쓰린 얘기만 하더라고요.
매번 이렇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한 번 해 봤다는 게 남았습니다.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