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밤 한 봉지, 집까지 못 참았습니다
지하철역 3번 출구 앞에 군밤 트럭이 돌아왔어요.
냄새가 먼저 알려 주더라고요. 계단을 올라오는데 달고 구수한 냄새가 훅 들어와서, 지갑에 현금이 있는지부터 확인했습니다. 다행히 꼬깃한 오천 원이 한 장 있었어요.
종이봉투가 따뜻해서 두 손으로 감싸 쥐고 걸었어요. 집에 가서 먹으려고 했는데 횡단보도 신호 하나를 못 버텼습니다. 하나만 먹자, 하나만 더, 하다 보니 집 현관 앞에서 봉투에 남은 건 네 알이었어요.
요즘 저녁마다 입맛이 없어서 대충 때우는 날이 많았거든요. 뭘 먹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오랜만이라, 걸으면서 먹는 그 몇 분이 좀 반가웠어요. '아, 나 아직 먹고 싶은 게 있구나' 하는 느낌.
남은 네 알은 식탁에 올려 두고 따뜻한 보리차랑 같이 먹었습니다. 껍질이 손톱 밑에 껴서 한참 고생했지만요.
사장님이 봉투를 건네면서 뜨거우니까 조심하라고 하셨는데, 그 한마디도 괜히 좋았어요. 오늘 하루 중에 누가 저한테 건넨 말 가운데 제일 다정한 말이었거든요.
내일도 트럭이 있으면 이번엔 현금을 넉넉히 챙기려고요. 다들 요즘 길에서 뭐 사 드세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