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남의 얘기를 듣는 미용사입니다
가위질보다 '아 진짜요?'를 더 많이 하는 직업이에요.
미용 일을 12년 했어요. 손님 한 분이 의자에 앉으면 짧게는 30분, 길게는 세 시간이에요. 그동안 많은 얘기를 들어요. 시어머니 얘기, 이직 얘기, 아이 성적 얘기. 처음 오신 분이 눈물을 보이실 때도 있어요. 거울 너머로 눈이 마주치는 자리라 그런지 다들 속 얘기를 잘 꺼내세요.
저는 그게 좋아서 이 일을 오래 했어요. 근데 올해 들어 퇴근하고 집에 오면 머릿속에 남의 걱정이 가득 차 있는 거예요. 아까 그 손님 아들은 어떻게 됐을까, 그 언니는 괜찮을까. 제 걱정을 할 자리가 없어요.
얼마 전에 친한 동료한테 그 얘길 했더니 '너는 듣기만 하고 어디 가서 말은 하니?' 하더라고요. 대답을 못 했어요. 저는 남 얘기는 하루에 열 명 치를 듣는데, 제 얘기는 한 달에 한 번도 안 하고 살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두 가지를 해요.
- 퇴근길에 가게 셔터 내리면서 속으로 '오늘 들은 얘기는 여기 두고 간다' 하기. 유치한데 효과 있어요
- 일주일에 한 번, 그 동료랑 김밥 먹으면서 제 얘기를 10분 하기. 타이머는 안 재지만 의식적으로요
10분 채우는 게 처음엔 어려웠어요. 뭘 말해야 할지 몰라서요. 지금은 '요즘 손목이 아파' 같은 것부터 꺼내요.
듣는 일 하시는 분들, 본인 얘기는 어디서 하세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