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병원 전화, 안 받기로 정한 날
한동안 병원 대표번호를 제 휴대폰으로 돌려 놨었습니다.
급한 일이 생기면 어쩌나 싶어서요. 그 결과 저녁 식사 중에도, 아이 재우다가도 전화를 받았습니다. 대부분은 예약 변경이나 서류 문의였어요. 급한 전화는 1년에 손에 꼽았는데, 저는 365일 대기 상태였습니다.
아내가 '당신은 집에 와 있어도 병원에 있다'고 했을 때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바꾼 것
- 진료 시간 외에는 안내 음성으로. 진료 시간, 다음 진료일, 그리고 급할 때 갈 수 있는 곳을 안내합니다.
- 환자분들께 처음부터 말씀드립니다. '밤이나 주말에 급한 일이 생기면 가까운 응급실이나 정신건강 위기상담 전화를 이용하시라'고요. 종이에도 적어 드립니다.
- 불안정한 분은 다음 예약을 가깝게 잡습니다. 전화로 버티게 하는 것보다 그게 맞는 방법이었어요.
- 차트는 병원에서 끝내고 나옵니다. 집에 들고 가지 않아요.
- 퇴근길 20분은 아무것도 안 듣고 걷습니다. 진료실과 집 사이의 완충 구간입니다.
처음 몇 주는 불안했습니다. 내가 전화를 안 받아서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나. 그런데 제가 24시간 대기하는 게 환자분께 안전한 구조가 아니라는 걸 나중에 알았어요. 제가 못 받는 날도 있을 테니까요. 저 없이도 작동하는 안내가 더 안전했습니다.
지금은 저녁에 휴대폰을 거실에 두고 방에 들어갑니다. 그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 줄 몰랐네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