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만나고 온 날은 왜 이렇게 방전될까
즐거웠어요. 정말로요. 그런데 집에 오자마자 신발도 못 벗고 현관에 앉아 있었어요.
오늘 대학 동기 모임이 있었어요. 여섯 명, 세 시간.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라 반가웠고 많이 웃었어요. 싫은 사람도 없었고 불편한 얘기도 없었어요.
그런데 돌아오는 지하철에서부터 몸이 꺼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어폰을 꽂았는데 음악도 시끄러워서 그냥 뺐어요. 집에 와서는 불도 안 켜고 한참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제가 이상한 줄 알았어요. 좋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왜 지치지? 내가 그 사람들을 사실은 안 좋아하나? 그런 생각까지 했어요.
지금은 조금 알 것 같아요. 저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계속 뭔가를 켜 놓고 있어요.
- 지금 내 표정이 괜찮은가
- 방금 한 말이 이상하지 않았나
- 저 친구가 말이 없는데 내가 챙겨야 하나
- 웃어야 할 타이밍인가
세 시간 동안 이게 다 돌아가고 있으니 배터리가 남아날 리가 없죠. 좋아하는 것과 지치는 것은 같이 올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약속 다음 날을 일부러 비워 둬요. 오늘은 씻고, 불 다 끄고, 말소리 없는 영상 하나 틀어 놓고 누웠습니다. 충전 중이에요. 기 빨리는 분들은 어떻게 회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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