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답장이 느려진 사람의 변명
읽고도 답을 못 하는 메시지가 열한 개 쌓여 있어요.
싫어서가 아니에요. 다 좋아하는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요즘은 '뭐 해?'라는 두 글자에 답하는 것도 힘이 들어요.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요. '그냥 있어'는 너무 성의 없고, 길게 쓰자니 쓸 말이 없고, 괜찮은 척 이모티콘을 고르다가 화면을 꺼요.
몇 주 전부터 좀 가라앉아 있어요. 특별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그냥 물속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모든 게 한 박자씩 느려요. 씻는 것도, 밥 차리는 것도, 답장도요.
답이 늦어질수록 더 못 하겠는 게 문제예요. 하루 늦으면 '미안, 이제 봤어'로 되는데 닷새가 지나면 뭐라고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다음 진료가 다음 주라서 그때 요즘 상태를 말씀드리려고 메모는 해 뒀어요. 그 전까지는 그냥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려고요.
그래서 오늘 한 것
열한 개 중에 하나만 답했어요. 제일 편한 친구한테요.
'요즘 좀 기운이 없어서 답이 늦었어. 미안. 네 얘기는 다 읽었어.'
친구가 '읽은 거면 됐어. 기운 나면 말해' 라고 했어요.
열 개가 남았지만 오늘은 하나 줄었습니다. 답장 느린 분들, 저만 그런 거 아니죠?
※ 게시판이 어떻게 쓰이는지 보여드리려고 운영팀이 만든 예시 글이에요. 실제 회원의 내용이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