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치킨이 옆 동으로 갔습니다
'문 앞에 두고 갑니다' 알림이 왔는데 문 앞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사진을 보니 문은 문인데 우리 집 문이 아니더라고요. 현관 매트가 달랐어요. 우리 집은 회색인데 사진 속 매트에는 '어서 오세요'라고 쓰여 있었어요.
주소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제가 동을 잘못 적었어요. 102동인데 103동으로요. 이사 온 지 2년인데요. 기사님 잘못이 하나도 없는, 순도 100퍼센트 제 실수였습니다.
그다음 20분
- 슬리퍼 신고 103동으로 뜀
- 공동 현관 비밀번호 모름
- 나오는 분 기다렸다가 '저... 치킨이...' 설명함
- 그분이 웃으면서 문 잡아 주심
- 남의 집 문 앞에서 내 치킨을 들고 나오는 기분은 묘했음
치킨은 조금 식었지만 무사했어요. 집에 와서 먹는데 평소보다 맛있었습니다. 구출해 온 치킨이라 그런가.
예전의 저라면 '나는 왜 이런 것도 제대로 못 하지' 하면서 저녁 내내 기분이 가라앉았을 거예요. 오늘은 그냥 웃겼어요. 문 잡아 주신 분 덕분인 것 같아요. 그 한 번의 웃음이 저를 덜 한심하게 만들어 줬거든요.
주소는 방금 다시 저장했습니다. 여러분은 배달 실패담 없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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