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환자와 부모님 사이, 누구 편이냐는 질문
'선생님, 우리 애가 뭐라고 했어요?' 이 질문 앞에서 매번 말을 고릅니다.
고등학생 환자가 있습니다. 부모님 손에 이끌려 왔고, 처음 세 번은 거의 말을 안 했어요. 네 번째에 처음으로 학교 이야기를 꺼냈는데, 나가자마자 어머님이 진료실로 들어오셔서 내용을 물으셨습니다.
부모님 마음은 이해합니다. 얼마나 답답하실지요. 하지만 여기서 제가 다 전하면, 그 아이는 다시 입을 닫을 겁니다.
제가 쓰는 방식
- 첫 진료 때 아이와 부모님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규칙을 말한다. '여기서 한 얘기는 기본적으로 선생님만 알아. 다만 네 안전이 걱정되는 일은 부모님께 알릴 거고, 그때도 너한테 먼저 말할게.'
- 부모님께는 내용 대신 방향을 전한다. '요즘 학교 이야기를 조금씩 하고 있어요. 지금은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 주시는 게 도움이 됩니다.'
- 부모님께 전할 내용은 아이와 미리 같이 정한다. '엄마한테 이건 말해도 될까?'
- 부모님만의 시간도 따로 드린다. 부모님도 지쳐 계시고, 들어 줄 사람이 필요하다
어려운 건 부모님이 '돈 내는 건 우린데 왜 모르냐'고 하실 때예요. 그럴 땐 '아이가 저를 믿어야 치료가 되고, 그게 결국 부모님이 바라시는 일'이라고 말씀드립니다. 다 받아들이시진 않아요.
그리고 솔직히 저도 가끔 아이 편에 너무 서 있다는 걸 느낍니다. 부모님을 '문제'로 보기 시작하면 그것도 치료를 망치더라고요.
청소년 진료하시는 선생님들, 이 균형을 어떻게 잡으시나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