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 인사이드힘들 땐 109앱 열기
의사 라운지 #진단서#소견서

진단서·소견서 요청, 거절이 제일 어렵습니다

진료보다 서류 앞에서 더 오래 고민하는 날이 있습니다.

휴직, 병가, 학교 제출, 보험, 소송, 병역. 요청은 다양한데 공통점은 환자분께 그 서류가 절실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제가 본 것과 원하시는 내용이 다를 때가 있어요.

지난주에는 초진 날 '3개월 휴직 진단서를 오늘 써 달라'는 분이 오셨습니다. 힘드신 건 분명했지만, 한 번 뵙고 기간을 그렇게 적을 수는 없었어요. 설명드렸더니 '그럼 여기 왜 왔냐'고 하고 나가셨습니다. 그날 저녁 내내 마음이 안 좋았습니다.

그 뒤로 정리한 제 원칙

  • 서류는 제가 직접 확인한 사실과 그에 따른 의학적 판단만 쓴다. 들은 이야기는 '환자 진술에 따르면'으로 구분한다
  • 초진 날 장기간을 적어야 하는 요청은, 왜 어려운지와 언제쯤 가능한지를 같이 말씀드린다
  • 거절할 때 서류가 아니라 환자분의 상황을 먼저 이야기한다. '많이 힘드신 건 맞습니다. 다만 제가 쓸 수 있는 건…'
  • 직장·학교에 내는 서류는 진단명이 어디까지 드러나는지 환자분과 같이 확인한다
  • 법적 다툼과 관련된 건 치료자 역할과 감정인 역할이 다르다는 점을 설명한다

접수에도 '서류는 진료 후 원장과 상의하여 발급'이라고 안내해 두었습니다. 전화로 '되나요 안 되나요'부터 시작하면 서로 어긋나더라고요.

그래도 거절하고 나면 치료 관계가 끊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게 늘 아쉬워요. 선생님들은 이런 상황에서 관계를 어떻게 지키시나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

댓글 3

운영팀

'언제쯤 가능한지'를 같이 말하는 게 정말 차이를 만듭니다. 그냥 안 된다고 하면 문이 닫히더라고요.

운영팀

저는 쓸 수 있는 범위의 초안을 화면으로 같이 보면서 설명드립니다. 숨기는 게 없다는 걸 아시면 훨씬 수긍하세요.

운영팀

그날 저녁 마음 안 좋으셨겠어요. 그래도 그렇게 쓰지 않으신 게 결국 그분을 위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렁이 응원 스티커

욕설과 연락처는 올릴 수 없어요. 모두에게 보이는 공개 댓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