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 발표 끝났다, 손 떨린 채로
4분짜리 발표 하나 때문에 2주를 앓았는데 방금 끝났어요.
전공 수업 조별 발표였어요. 가위바위보에서 져서 제가 발표자가 됐는데, 그날부터 밥맛이 없었어요. 사람들 앞에 서면 목소리가 올라가고 손이 떨리는 편이라서요.
어젯밤에는 대본을 열 번쯤 읽었고, 오늘 아침에는 강의실에 30분 일찍 가서 맨 앞에 앉아 있었어요. 앞에 서서 보는 교실 풍경에 미리 익숙해지려고요.
실제로 벌어진 일
- 첫 문장에서 목소리 갈라짐
- 두 번째 슬라이드를 건너뜀 (조원이 눈짓으로 알려 줌)
- 레이저 포인터가 떨려서 그냥 내려놓음
- 질문 하나 받았는데 대답은 함
잘한 발표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끝나고 조원이 '포인터 내려놓은 거 오히려 자연스러웠어' 하더라고요. 교수님 표정은 아무 변화가 없었고요. 제가 2주 동안 상상한 최악의 장면은 하나도 안 일어났어요.
지금 학교 벤치에서 바나나우유 마시면서 쓰고 있어요. 다리에 힘이 풀려서 좀 앉아 있다 가려고요. 떨면서도 끝까지 했다는 걸로 오늘은 충분한 걸로 할래요.
발표 앞두고 계신 분들, 떨려도 끝은 납니다. 진짜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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