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 일: 분리배출. 끝.
오늘 제가 한 일은 재활용 쓰레기를 내다 버린 것 하나입니다.
쉬는 날이었어요. 아침에 눈을 떴는데 몸이 바닥에 붙은 것처럼 무거워서, 점심때까지 천장만 봤습니다. 할 일 목록에는 은행 업무, 병원 예약, 겨울옷 꺼내기, 운동이 적혀 있었는데 하나도 손을 못 댔어요.
오후 네 시쯤 물을 마시러 나갔다가 현관 옆에 쌓인 택배 상자랑 페트병 봉지를 봤어요. 2주 치가 쌓여서 문을 열 때마다 발에 걸렸거든요. '저것만 버리고 오자' 하고 슬리퍼를 신었습니다.
걸린 시간 약 12분
- 상자 테이프 떼고 접기
- 페트병 라벨 떼기 (이게 은근히 손이 많이 가요)
- 두 번 왕복
- 돌아오는 길에 하늘 한 번 봄. 노을이 주황색이었어요
올라와서 현관을 보는데 바닥이 넓어져 있었어요. 그게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더라고요.
저녁에 할 일 목록을 다시 봤어요. 네 개 중에 하나도 못 지웠고, 목록에 없던 것 하나를 했어요. 예전 같으면 '오늘도 망했다'고 적었을 텐데, 오늘은 목록 맨 아래에 '분리배출'이라고 새로 쓰고 줄을 그었습니다. 한 일을 적고 지우는 것도 반칙은 아니잖아요 ㅋㅋ
못 한 네 가지는 내일로 넘겼어요. 내일도 다 못 할 수 있다는 걸 알아요. 그래도 오늘이 '아무것도 못 한 날'은 아니게 됐다는 게 저한테는 꽤 중요했습니다. 밖에 나가서 바람을 쐰 것도 12분어치는 되니까요.
저는 할 일 목록을 길게 쓰는 버릇이 있어요. 쓸 때는 의욕이 넘쳐서요. 그런데 긴 목록은 못 한 일의 목록이 되기 쉽더라고요. 내일은 세 개만 적으려고요. 은행, 병원 예약 전화, 그리고 '점심 먹기'. 마지막은 일부러 쉬운 걸로 넣었어요.
오늘 딱 하나만 한 분들, 그 하나가 뭐였는지 댓글로 적어 주세요. 같이 줄 그어 드릴게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