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 여섯 시만 되면 가라앉는 사람
일요일 저녁 여섯 시쯤, 창밖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마음이 같이 내려앉아요.
딱히 월요일에 큰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요. 해가 지는 걸 보고 있으면 '주말이 끝났다', '나는 이번에도 한 게 없다', '내일 또 시작이다'가 차례로 떠올라요. 그러면 저녁밥 생각도 없어지고, 그냥 소파에 앉아서 텔레비전 소리만 틀어 놓게 됩니다.
오래 이랬는데, 지난달부터 조금 다르게 해 보고 있어요. 대단한 건 아니고, 일요일 저녁 여섯 시에 할 일을 미리 정해 두는 것입니다.
제가 정해 둔 것
- 여섯 시가 되면 일단 불을 다 켠다 (어두운 방에 앉아 있지 않기)
- 밥솥에 쌀을 안친다. 먹든 안 먹든
- 월요일에 입을 옷을 의자에 걸어 둔다
- 일곱 시에는 샤워
이게 기분을 바꿔 주느냐 하면, 솔직히 반반이에요. 가라앉는 건 여전히 가라앉아요. 다만 가라앉은 채로도 손이 움직일 일이 있으니까, 그 시간이 통째로 멍하게 지나가진 않더라고요. 밥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그래도 먹긴 해야지' 싶어지고요.
지난주엔 옷을 걸어 두다가, 셔츠 단추가 떨어져 있는 걸 발견해서 달았어요. 그걸 하는 십 분 동안은 내일 걱정을 안 했습니다. 손으로 하는 일이 있다는 게 이렇게 다르구나 싶었어요.
상담 선생님께 이 얘기를 했더니, 그 시간대에 기분이 내려가는 걸 없애려고 하기보다 '그 시간을 어떻게 지나갈지'를 정해 둔 게 좋은 시도 같다고 하셨어요. 저한테 맞는 방법인지는 좀 더 해 봐야 알 것 같아요.
그리고 하나 더, 일요일 저녁에는 다음 주 걱정을 미리 당겨서 하지 않기로 했어요. 떠오르면 수첩에 한 줄 적고 '월요일 아침의 내가 볼 것'이라고 써 둡니다. 적어 두면 잊을까 봐 붙들고 있지 않아도 되니까요.
일요일 저녁, 다들 어떻게 지나가고 계세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