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 한 통을 혼자 다 먹는 2주
반 통짜리가 없어서 한 통을 샀고, 그날부터 저와 양배추의 동거가 시작됐습니다.
혼자 살면 채소가 제일 어려워요. 한 번 사면 양이 많고, 며칠 안 먹으면 냉장고 구석에서 조용히 상해 가죠. 버릴 때마다 돈보다 기분이 아까웠어요. '이것도 제대로 못 챙기나' 싶어서요.
이번에는 작정하고 끝까지 먹어 보기로 했습니다.
양배추 일지
- 1~3일: 채 썰어서 달걀이랑 볶기. 여기까지는 맛있음
- 4~6일: 쪄서 쌈으로. 쌈장만 있으면 밥 한 공기
- 7~9일: 라면에 한 줌씩. 죄책감이 줄어드는 효과
- 10~12일: 슬슬 질림. 전으로 부쳐서 위기 극복
- 13~14일: 남은 심 근처까지 된장국에 투하
2주 만에 한 통을 다 먹었어요. 마지막 조각을 국에 넣는데 묘하게 뿌듯하더라고요. 버리지 않고 끝까지 간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습니다.
깨달은 게 있어요. 사 온 날 바로 손질을 해 두면 먹게 된다는 것. 통째로 넣어 두면 꺼내기가 귀찮아서 안 먹는데, 씻어서 통에 담아 두면 손이 가요. 기운 있는 날의 제가 기운 없는 날의 저를 위해 준비해 두는 셈이죠.
다음 도전은 무 한 개입니다. 김장철이라 마트에 무가 산처럼 쌓여 있더라고요. 무 요리 아시는 분 추천 부탁드려요. 깍두기는 제 실력 밖이라 빼고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