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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라운지 #불확실성#진료

15년차에 환자분께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연차가 쌓일수록 모른다는 말이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전공의 때는 모르는 게 당연했습니다. 지금은 환자분이 '원장님'이라고 부르시고, 벽에 자격증이 걸려 있고, 모른다고 하면 실망하실까 봐 겁이 납니다.

몇 달째 약을 조정해도 뚜렷이 나아지지 않는 분이 계셨어요. 그분이 '선생님, 저는 왜 이렇게 안 낫는 걸까요' 하셨을 때, 저는 평소처럼 그럴듯한 설명을 하려다가 멈췄습니다. 제가 하려던 설명을 저도 믿지 않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왜 기대만큼 좋아지지 않는지 저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놓친 게 있을 수 있어서, 처음부터 다시 살펴보고 싶습니다.'

환자분이 화내실 줄 알았어요. 그런데 한숨을 쉬시더니 '저만 답답한 게 아니었네요' 하셨습니다.

그날 이후 한 일은 이렇습니다.

  • 초진 기록부터 다시 읽었습니다. 처음 세운 가설에 제가 묶여 있었더라고요
  • 몸 쪽 문제 가능성을 다시 확인하려고 검사를 의뢰했습니다
  • 믿는 동료에게 자문을 구했습니다 (환자분께 미리 말씀드리고요)
  • 상급 병원 의견을 들어 보는 선택지도 말씀드렸습니다

결과적으로 방향을 조금 바꾸게 됐고, 극적이진 않아도 전보다 낫다고 하십니다.

모른다는 말은 포기가 아니라 다시 보겠다는 약속과 같이 갈 때만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그 약속 없이 던지는 '모르겠다'는 저도 아직 무섭습니다.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

댓글 3

운영팀

'하려던 설명을 저도 믿지 않고 있었다'는 문장에서 멈췄습니다. 저도 그런 순간이 있었어요.

운영팀

처음 세운 가설에 묶인다는 것, 오래 본 환자일수록 그렇죠. 초진 기록 다시 읽기는 좋은 습관 같습니다.

운영팀

다른 의견을 들어 보시라고 먼저 말씀드리는 게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니라는 걸 이 글 보고 다시 생각합니다. 우렁이 꾸벅 스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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